우리 법에 있는 성범죄는 매우 다양합니다. 

강간죄, 유사강간죄, 강제추행죄,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이 

실생활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성범죄입니다.

성범죄에서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말이 들어있지 않다고 해도 

성범죄를 판단함에 있어서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껴야 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수치는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모든 성범죄 피해자가 

이러한 성적 수치심을 느낄까요?

성범죄의 피해자는 

수치심보다는

모욕감, 굴욕감, 불안함, 두려움, 비참함, 배신감, 

고통스러움, 경악스러움, 속상함, 괴로움, 황당함, 분노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듭니다.

…………… 

그렇다면 

수사기관과 법원은 

성범죄의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 혹은 혐오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 혹은 무죄선고를 할 수 있을까요?

과거에는 

성범죄의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했다면 

지금은 점차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법원의 판단하는 성적 수치심에 대한 판례를 들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 우선 추행행위를 했을 때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실제로 느껴야 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실제로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행위자가 추행행위를 하였으나, 

피해자(상대방=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에

공중밀집장소추행죄 기수가 아니라고 주장한 사안에서

법원은 

추행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만한 행위로서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행위자가 대상자를 상대로 실행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행위자의 행위로 말미암아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통신매체이용음란죄(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의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문자 등을 전송하면

그 자체로 범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대상자가 반드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 다음은 법원이 피해자가 느낀 감정이 

성적 수치심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판단한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피고인의 반복되는 행위에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였고, 

당시의 감정에 대하여 ‘소름끼쳤다.’는 성적 수치심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으며,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 불쾌함’을 느꼈다고 분명히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피해자의 피해감정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에 해당한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분노·공포·무기력·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다양한 피해감정이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

◆ 한편 성적 수치심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성과 이성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허벅지는 

성적 민감도 내지 내밀성이 높은 신체 부위로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허벅지를 쓰다듬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행위를 한 자가 동성이라 하여

피해자의 감정이 불쾌감에 그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법원은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성적 수치심도 조금 느꼈지만,

출동현장에 나가서 욕을 들은 것보다 더 큰 불쾌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위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동성인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성적 수치심보다 불쾌감 또는 모욕감을 더 많이 느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있어서 

당해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오로지 성적 수치심만을 느꼈을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아니하므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모욕감 등과 함께 성적 수치심도 아울러 느낀 것으로 보이는 이상, 

위 각 감정 사이의 비중이 어떠한지는 관계없이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하였습니다.

………………

지금까지 성적 수치심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성적 수치심을 주제로 생활법률을 작성한 이유는

최근 레깅스 착용한 여성을 몰래 촬영한 것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심정에 대해 “기분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하였고, 

이를 근거로 항소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적 수치심의 의미를 협소하게 이해해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이 표출된 경우만을 

보호의 대상으로 한정하는 것은

피해자가 느끼는 다양한 피해 감정을 소외시키고

피해자로 하여금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을 느낄 것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

피해자가 한 진술은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이용당했다는

인격적 존재로서의 분노와 수치심의 표현이라며

성적 수치심이 유발되었다는 의미로 충분히 이해된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항소심에서 무죄가 되었던 레깅스 불법촬영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으므로

피해자도 레깅스를 입고 대중교통을 탔을 것이라는 

항소심 논리에 대해 피해자가 스스로 노출이 있는 옷을 입었더라도

본인 의사에 반해 불법 촬영이 되는 등 성적 대상화가 됐다면

성적 수치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반박하며

피해자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거나 생활 편의를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의사에 의해 드러낸 신체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본인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촬영 당하는 맥락에서는 

성적 수치심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

최초의 판례입니다.

결국 법원이

 ‘성적 자유는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

라고 인정한

아주 중요한 판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적 수치심, 성범죄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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